기공을 결함이 아니라 완충재로 설계했다
니켈 함량을 80%, 90%, 96%로 계속 올리는 것이 고에너지밀도 리튬이온전지로 가는 가장 빠른 길처럼 보인다. 니켈이 많을수록 뽑아낼 수 있는 용량이 커지기 때문이다. 문제는 니켈을 올릴수록 캐소드 입자가 사이클마다 부풀었다 줄어들기를 반복하다 결국 내부에서부터 갈라진다는 점이다. 이 균열이 전해질과 새로 맞닿는 내부 표면을 계속 만들어내면서 용량은 눈에 띄게 빨리 죽는다.
상해교통대학과 CATL(Contemporary Amperex Technology) 연구팀이 2024년 Nature Communications에 발표한 이 논문은 이 딜레마를 정공법이 아니라 역발상으로 풀었다. 단결정화나 도핑, 코팅, 조성 구배처럼 여러 변수를 정밀하게 통제해야 하는 기존 전략 대신, 캐소드 입자 안에 “중심부일수록 기공이 많아지는” 다공구조를 하나 심었다. 균열이 원래 시작되는 지점이 입자 중심부라는 사실에 착안해, 바로 그 자리에 응력을 흡수할 빈 공간을 미리 만들어 둔 것이다.
이 그래디언트 다공구조는 1차입자의 이방적 부피변화를 흡수할 완충공간을 만들어, 입자간 균열을 효과적으로 억제하고 임피던스 성장을 제한한다.
이 글은 논문 원문(Article 본문 11쪽)을 전체 통독하고 정리했다. 배경 개념은 본문 흐름 속에 풀어 썼고, 분석기법 설명은 글 맨 끝 부록에 모아뒀다. Battery Lab의 “하이니켈 양극재 상용화 근접 문헌” 미니시리즈 5편 중 첫 편이다.
배경 — 니켈을 올릴수록 입자가 안에서부터 갈라진다
니켈리치 층상산화물(LiNixCoyMn1−x−yO2, x≥0.8, 이하 NCM)은 코발트가 많이 든 캐소드보다 저렴하면서 비에너지가 높아 400 Wh/kg급 이상의 고에너지 전지, 즉 장거리 전기차나 전기항공에 필요한 소재로 오랫동안 주목받았다. 다만 실제 사용에는 표면 격자붕괴, 산소방출, 전해질과의 부반응, 전이금속 용출 같은 화학-기계적 열화가 발목을 잡는다.
이 열화를 더 키우는 것이 입자파쇄(intergranular fracture)다. NCM 캐소드는 보통 수많은 1차입자(primary particle)가 뭉쳐 하나의 2차입자(secondary particle, 지름 수 μm)를 이루는 다결정(polycrystalline) 구조다. 리튬이 빠지고 들어올 때마다 1차입자들이 방향에 따라 서로 다른 정도로 부풀고 줄어드는데(이방적 부피변화), 이 불균일한 응력이 반복되면 입자 내부에서 미세균열이 생겨 표면까지 번진다. 균열은 특히 1차입자들의 배향이 무작위에 가까운 입자 중심부에서 먼저 시작된다고 알려져 있다. 균열이 표면까지 뚫리면 원래는 바깥에 노출되지 않았을 신선한 내부 표면이 전해질에 그대로 드러나면서, 위에서 언급한 표면열화 전부가 입자 안쪽까지 확산된다.
이 문제에 대한 기존 해법은 크게 세 갈래였다. 하나는 “단결정처럼(single-crystal-like)” 만들어 애초에 입자 경계 자체를 줄이는 것인데, 이러면 균열은 줄지만 뽑아낼 수 있는 용량 자체가 다결정 대비 낮아진다는 트레이드오프가 있다. 둘째는 입자 경계를 Li3PO4나 CoxB 같은 물질로 코팅하거나, 고가원소 도핑으로 1차입자의 크기·형태·배향을 조절하는 방법이다. 셋째는 표면은 코발트가 많고 중심은 니켈이 많은 식으로 조성 자체에 구배를 주는 방법이다. 세 갈래 모두 효과는 있지만, 도핑 원소의 양·입자 크기·공간 분포·소성 조건까지 여러 변수를 동시에 정밀 제어해야 하고, 실제 양산 규모의 입자 집단 전체에 균일하게 적용하기가 쉽지 않다는 공통의 한계가 있다.
무엇을 다뤘나 — 몰텐솔트 하나로 기공에 구배를 준다
연구팀이 택한 길은 정반대다. 균열을 막을 새 변수를 추가하는 대신, “언젠가 결함이 될 빈 공간”을 아예 설계 요소로 미리 넣어버렸다. 방법은 단순하다. 니켈리치 전구체(Ni0.83Co0.11Mn0.06(OH)2)와 리튬 소스(LiOH·H2O)를 반응시키는 일반적인 고상 소성 공정에, 소량의 황산칼륨(K2SO4)을 함께 넣고 760°C까지 가열한다. K2SO4와 LiOH는 가열 중 몰텐솔트(용융염) 혼합물을 이루며 전구체 2차입자 안쪽까지 스며든다. LiOH가 소모되며 NCM으로 전환되는 동안 K2SO4는 1차입자 사이에 남아 그 성장을 조절하는 역할을 하고, 합성이 끝난 뒤에는 냉수 세척으로 씻어낸다. 즉 K2SO4는 최종 결과물에는 남지 않고 합성 도중에만 존재하며 미세구조를 유도하는 “일시적 주형” 역할을 한다. K2SO4 없이 동일한 공정으로 만든 대조군을 P-NCM(pristine NCM), K2SO4를 넣어 만든 시료를 GP-NCM(gradient porous NCM)이라 부른다.
그림 출처: Li, Z. et al., Nature Communications 15, 10216 (2024), Fig. 1, DOI: 10.1038/s41467-024-54637-9, CC BY-NC-ND 4.0
단면 SEM(주사전자현미경)으로 두 시료를 비교하면, GP-NCM의 1차입자 사이 결합이 눈에 띄게 느슨하고 실제로 기공이 보인다. 회색조 임계값을 기준으로 픽셀 단위 기공 면적을 계산하는 방식으로 정량화하면(25개 단면, GP-NCM 15개·P-NCM 10개 반복측정), 단면 기공률은 GP-NCM 8.19%±0.19%, P-NCM 1.96%±0.16%(평균±표준편차)로 나타났다. 질소 물리흡착(BET) 측정으로 비표면적·기공부피를 독립적으로 재도 같은 방향의 결과가 나와 서로 검증됐다. 다만 기공이 늘어난 만큼 탭밀도는 낮아졌다(GP-NCM 1.75±0.03 g/cm³ 대 P-NCM 2.17±0.06 g/cm³). 저자들은 이 탭밀도 저하가 체적에너지밀도 확보에는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으며, 내부 기공량 조절이나 대입자·소입자를 섞는 입도분포 최적화로 완화할 여지가 있다고 짚었다.
핵심은 이 기공이 무작위로 흩어져 있지 않다는 데 있다. 2차입자 단면을 반지름 50–100% 구간의 동심원으로 나눠 위치별 기공률을 재보면, GP-NCM은 중심부(13.11%)에서 외곽(8.11%)으로 갈수록 기공이 줄어드는 뚜렷한 구배를 보인 반면, P-NCM은 어느 반경에서나 기공률이 균일했다. 극저온 집속이온빔-SEM(cryo-FIB-SEM)으로 입자 하나를 통째로 3차원 재구성해보면, 작은 기공(부피 0.002–0.010 μm³, 전체의 약 80%)은 표면 쪽에 많고, 부피 0.030 μm³ 이상인 큰 기공(전체의 약 4%, 그중 가장 큰 두 개는 각각 3.779 μm³·1.123 μm³)은 입자 중심부에 몰려 있었다. 균열이 원래 시작되는 자리에 정확히 완충공간을 배치한 셈이다.
대표 결과 — 모델 시스템(NCM83)에서 하프셀부터 전고체전지까지 검증
연구팀은 먼저 니켈 83% 조성(LiNi0.83Co0.11Mn0.06O2, 이하 NCM83)을 모델 시스템으로 GP 설계의 이점을 코인 하프셀·파우치셀·전고체전지 세 가지 셀 포맷에서 확인했다.
| 지표 | GP-NCM | P-NCM(대조군) |
|---|---|---|
| 하프셀 초기용량(0.1C, 첫 사이클) | 213.3 mAh/g, CE 94.8% | 201.0 mAh/g, CE 91.9% |
| 하프셀 300사이클(1C-1C) 용량유지율 | 86.1% | 70.6% |
| 율속특성(5C/0.2C 용량비) | 176.6 mAh/g(85.8%) | 170.0 mAh/g(83.8%) |
| 파우치셀(150mAh급) 장기 사이클 | 약 1000사이클, 78.8% 유지 | 500사이클 만에 54.4%로 반토막 |
| 전고체전지(ASSB, 0.5C, 100MPa 스택압) | 600사이클, 84.0% 유지 | 55사이클 만에 급격한 용량붕괴 |
그림 출처: Li, Z. et al., Nature Communications 15, 10216 (2024), Fig. 4, DOI: 10.1038/s41467-024-54637-9, CC BY-NC-ND 4.0
Fig.4f는 GP-NCM의 성능을 기존 문헌에 보고된 도핑·코팅·단결정화·조성구배 전략들과 나란히 비교한다. 0.1C 초기용량과 1C 100사이클 유지율이라는 두 축에서 GP-NCM(“This work”)은 오른쪽 위, 즉 용량과 안정성을 동시에 확보한 구역에 위치한다. 전고체전지에서도 흐름은 비슷했다. 다만 초기용량만큼은 GP-NCM(171.1 mAh/g)이 P-NCM(173.6 mAh/g)보다 오히려 근소하게 낮았는데, 저자들은 이를 “유사한 용량”이라고만 서술하고 원인을 별도로 분석하지 않았다. 액체전해질 기반 시스템에서는 GP-NCM의 초기용량이 항상 더 높았는데, 이와는 방향이 다른 결과다. 고체-고체 계면에서는 기공이 활물질과 고체전해질 사이의 접촉면적을 오히려 줄이는 부작용이 있을 가능성이 있지만, 이 논문만으로는 확인할 수 없다.
메커니즘 — 왜 GP-NCM은 임피던스가 덜 자라는가
GP 구조가 왜 이렇게 큰 차이를 만드는지, 연구팀은 두 갈래로 추적했다.
임피던스 성장 억제: 미국 에너지부(DOE)가 제안한 표준 시험법인 HPPC(hybrid power pulse characterization)로 방전저항을 측정하면, GP-NCM은 사이클이 진행돼도 저항 증가폭이 P-NCM보다 뚜렷이 작았다. 전기화학 임피던스분광(EIS)으로 등가회로(Rs-RSEI-RCT 직렬모델)를 피팅한 결과도 같은 방향이었다. 특히 전하이동저항(RCT)의 증가폭이 GP-NCM에서 훨씬 작게 나타나, 이는 앞서 확인한 dQ/dV 미분용량곡선의 피크 이동·분극 증가 양상과도 일치했다.
구조 원인 규명: 그렇다면 이 저항 억제는 표면 반응상(암염상, rock-salt phase) 형성이 덜 됐기 때문일까? 사이클 후(약 100사이클) 균열 부위를 집속이온빔(FIB)으로 잘라 원자 수준 고분해능 STEM-HAADF로 관찰한 결과는 뜻밖이었다. GP-NCM과 P-NCM 모두 1차입자 표면에 암염상(양이온혼합상)이 형성됐고, 그 두께는 각각 약 7nm와 약 9nm로 큰 차이가 없었다. 연구팀은 이 정도 두께 차이만으로는 성능 격차를 설명하기 부족하다고 스스로 인정하며, 진짜 원인을 다른 곳에서 찾았다.
그림 출처: Li, Z. et al., Nature Communications 15, 10216 (2024), Fig. 5, DOI: 10.1038/s41467-024-54637-9, CC BY-NC-ND 4.0
진짜 답은 입자 수준 통계에 있었다. 사이클 후 캐소드 단면을 SEM으로 촬영해 2,042개의 2차입자를 온전(intact)·경미손상(mildly damaged)·파손(broken) 세 단계로 육안 분류한 결과, 30사이클 후 GP-NCM 입자의 75.9%가 여전히 온전했던 반면, P-NCM은 67.3%가 경미손상, 17.6%가 이미 파손 상태였다. 100사이클 후에는 격차가 더 벌어져 GP-NCM은 37.2%가 온전을 유지했지만 P-NCM은 8.5%만 온전했다. 즉 GP 구조의 효과는 표면 반응상 억제가 아니라, 입자파쇄 자체를 억제해 신선한 내부 표면이 전해질에 노출되는 빈도를 줄이고 1차입자 사이의 고체-고체 접촉을 유지한 데 있었다. 이 접촉이 유지되면 이온과 전자가 오가는 통로도 유지된다. 그 결과가 앞서 본 임피던스 성장 억제로 나타났다.
고니켈저코발트 조성으로 확장 — 파일럿 스케일 헤드라인 성능
연구팀은 같은 GP 설계 원리를 니켈 96%·코발트 2%(LiNi0.96Co0.02Mn0.02O2, 이하 Ni96)라는 훨씬 공격적인 조성에 그대로 이식했다. 이번에는 실험실 소량합성이 아니라 CATL에서 약 100kg/batch 규모의 파일럿 스케일로 직접 합성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 GP-Ni96의 단면 기공률은 6.92%로 측정됐다(대조군 P-Ni96은 2.25%).
| 지표 | GP-Ni96 | P-Ni96(대조군) |
|---|---|---|
| 하프셀 초기용량(0.1C, 25°C) | 245.8 mAh/g, CE 97.7% | 239.9 mAh/g, CE 94.7% |
| 비에너지(0.1C, 캐소드 기준) | 941.2 Wh/kg | 923.3 Wh/kg(Fig.7 그래프 판독치) |
| 파우치셀(180mAh급, 1C-1C) 사이클 수명 | 800사이클까지 80.5% 유지 | 280사이클 만에 이미 80.2%까지 하락(Fig.7 그래프 판독치) |
| 60°C 완충 상태 42일 저장 후 가역용량 유지율 | 95.5%±0.2% | 93.1%±0.2% |
그림 출처: Li, Z. et al., Nature Communications 15, 10216 (2024), Fig. 7, DOI: 10.1038/s41467-024-54637-9, CC BY-NC-ND 4.0
C-rate를 0.1C에서 0.5C로 올려도 GP-Ni96의 비에너지는 941.2 → 888.8 → 854.1 Wh/kg 순으로 완만하게만 낮아졌다. 파우치셀(180mAh급, N/P비 1.1, 전극압밀도 3.4 g/cm³) 800사이클 결과는 이 시리즈가 주목하는 헤드라인 수치다. GP-Ni96은 800사이클을 채우고도 80.5%를 유지한 반면, P-Ni96은 그 4분의 1도 안 되는 280사이클 만에 이미 비슷한 수준(80.2%, Fig.7 그래프 판독치)까지 떨어졌다. 대략 2.9배의 사이클 수명 향상이라는 것이 저자들의 정리다. 저자들은 이 조합이 추가 도핑, 표면 코팅, 전해질 개량 없이 순수하게 미세구조 설계 하나만으로 얻어졌다는 점을 강조하며, 앞으로 다른 개선책을 더하면 성능이 더 좋아질 여지가 있다고 전망했다.
이 GP 설계는 전고체전지(ASSB)에서도 통했다. 앞서 본 모델 시스템(NCM83) 기준으로, 할라이드계 고체전해질(Li3InCl6)과 짝지은 GP-NCM 캐소드는 100MPa 스택압 아래 600사이클 동안 84.0%를 유지한 반면, P-NCM은 55사이클 만에 이미 급격한 용량붕괴를 겪었다. 다만 Ni96 조성에 대해서는 전고체전지 결과가 이 논문에 없다. GP 설계와 고니켈 조성의 조합이 고체전해질 계면에서도 통하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은 채로 남는다.
고찰 — 이 논문이 안 보여준 것
이 논문의 강점은 “왜 이 위치에 이 정도의 기공이 필요한가”라는 설계논리를 구조분석(SEM 단면, FIB-SEM 3D 재구성)으로 먼저 세우고, 전기화학 성능 검증(하프셀→파우치셀→전고체전지)과 메커니즘 규명(임피던스, 원자수준 표면분석, 2000개 이상 입자의 파쇄 통계)까지 하나의 일관된 이야기로 완성했다는 데 있다. 특히 “표면 암염상 두께 차이는 크지 않다”는 결과는 자신들의 가설을 스스로 반증할 수도 있었다. 이를 숨기지 않고 제시한 뒤 진짜 원인(입자파쇄 억제)을 다시 추적한 태도가 이 논문의 신뢰도를 높인다.
다만 이 논문이 다루지 않은 지점도 분명하다. 첫째, 전고체전지에서만 GP-NCM의 초기용량이 대조군보다 낮게 나온 이유를 설명하지 않는다. 액체전해질 시스템에서는 예외 없이 GP 쪽이 초기용량도 더 높았던 것과 반대되는 결과인데, “유사한 용량”이라는 서술 외에 별도의 분석은 없다. 둘째, 파일럿 스케일(약 100kg/batch) 합성이 단일 배치로만 보고돼, 이 규모에서 기공률이 배치마다 얼마나 균일하게 재현되는지에 대한 데이터가 없다. 셋째, 저자들 스스로 GP-NCM의 낮은 탭밀도가 체적에너지밀도 확보에 불리하다고 인정하면서도, 실제 파우치셀의 체적에너지밀도(Wh/L) 수치는 논문 어디에도 제시되지 않는다. 질량 기준 941.2 Wh/kg만으로는 실제 팩 설계에서 결정적인 부피 트레이드오프를 판단하기 어렵다. 넷째, 고니켈저코발트(Ni96) 조성은 전고체전지에서 시험되지 않아, GP 설계와 초고니켈 조성의 조합이 고체전해질 계면에서도 똑같이 작동하는지는 이 논문만으로는 알 수 없다.
My Take
이 논문에서 가장 흥미로운 지점은 “기공을 어디에 배치할 것인가”라는 질문 자체를 설계 변수로 다뤘다는 점이다. 보통 기공은 강도를 낮추는 결함으로 취급되지만, 이 연구는 균열이 시작되는 정확한 위치(입자 중심부)에 맞춰 기공 밀도에 구배를 준다는 발상으로 그 통념을 뒤집었다. 그리고 그 구현 방법이 몰텐솔트 첨가제 하나를 기존 소성 공정에 얹는 수준이라는 점도 상용화 관점에서 눈여겨볼 만하다. 도핑 원소의 종류·양·분포를 정밀 제어해야 하는 기존 전략들과 비교하면, 공정 복잡도를 늘리지 않고도 개선 효과를 얻었다는 뜻이다.
다만 이 논문 하나만으로 “그래서 이 캐소드가 바로 양산으로 갈 수 있는가”를 판단하기는 이르다. 파일럿 스케일 배치가 하나뿐이고, 체적에너지밀도라는 실무에서 가장 먼저 물어볼 숫자가 빠져 있다. 다음 편부터는 이 시리즈의 다른 논문들이 도핑·코팅·전해질 설계 등 서로 다른 각도에서 같은 목표, 즉 고니켈 캐소드의 용량-안정성 트레이드오프 해소에 어떻게 접근하는지를 이어서 다룰 예정이다.
부록 — 이 글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배경지식과 용어
1. 니켈리치 캐소드의 핵심 개념
- 니켈리치 층상산화물(Ni-rich NCM): LiNixCoyMn1−x−yO2 조성에서 니켈 비율(x)이 0.8 이상인 캐소드 소재. 니켈 함량이 높을수록 뽑아낼 수 있는 용량이 커지지만, 구조 안정성은 오히려 떨어지는 트레이드오프가 있다.
- 2차입자·1차입자(secondary/primary particle): 다결정 NCM은 수 μm 크기의 2차입자 하나가 수백–수천 개의 더 작은 1차입자로 뭉쳐 이뤄진다. 사이클 중 부피변화는 1차입자 단위에서 일어나며, 이 변화가 방향마다 달라 2차입자 내부에 응력을 쌓는다.
- 입자파쇄(intergranular fracture): 1차입자 사이의 경계를 따라 2차입자 내부에 미세균열이 생겨 표면까지 번지는 현상. 새로 노출된 내부 표면이 전해질과 반응하며 열화를 가속시킨다.
- 암염상(rock-salt phase): 층상구조 표면의 리튬-전이금속 자리가 뒤섞이며 형성되는 반응상. 이온 전도를 방해해 임피던스를 키우는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지만, 이 논문은 두께 차이만으로는 GP-NCM의 성능우위를 설명하기 부족하다고 결론지었다.
2. 이 논문에 쓰인 분석기법
- 몰텐솔트 보조 합성(molten-salt-assisted synthesis): 소성 온도에서 액체 상태가 되는 염(이 논문에서는 K2SO4)을 소량 첨가해 이온 이동과 결정 성장을 촉진하는 합성법. 이 논문에서는 최종 산물에는 남지 않는 일시적 주형으로 활용해 입자 내부 기공 분포를 유도하는 데 썼다.
- 회색조 임계값 분할(threshold segmentation) 기반 기공률 정량: 단면 SEM 이미지에서 픽셀 밝기값을 기준으로 기공(어두운 영역)과 고체(밝은 영역)를 나눠 면적비를 계산하는 방법. 25개 단면을 반복 측정해 기공률의 평균과 편차를 이 방식으로 구했다.
- 극저온 집속이온빔-주사전자현미경 3차원 단층촬영(cryo-FIB-SEM tomography): 시료를 20nm 간격으로 얇게 깎아가며 각 단면을 SEM으로 촬영한 뒤 소프트웨어로 정렬·재구성해 내부 구조를 3차원으로 시각화하는 기법. 이 논문에서는 입자 내부 기공의 크기별 공간분포와 상호연결성을 확인하는 데 이용됐다.
- 하이브리드 파워펄스 특성평가(HPPC, hybrid power pulse characterization): 미 에너지부가 제안한 표준 시험법으로, SoC(충전상태) 구간별로 짧은 전류 펄스를 가해 셀의 순간 저항과 출력 능력을 측정한다. 사이클 진행에 따른 임피던스 성장 추이를 비교하는 데 활용됐다.
- 고각환형암시야 주사투과전자현미경(STEM-HAADF): 원자 배열의 무게중심에 따라 밝기가 달라지는 대조도를 이용해 원자 수준 해상도로 결정구조를 관찰하는 기법. 이 논문에서는 사이클 후 1차입자 표면에 형성된 암염상의 두께를 정량 비교하는 데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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