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해질 전체를 진하게 만들지 않고, 리튬 표면에만 고농도층을 세웠다
이 시리즈 7편은 다시 전해질 설계로 돌아온다. 다만 접근 방식이 지금까지와 다르다. 1·2·4편은 전해질 분자 자체를 새로 설계했고, 이번 논문은 전해질 조성을 바꾸는 대신 “어디에 얼마나 진하게 있어야 하는가”라는 공간적 배치를 바꿨다.
시안교통대·상하이우주동력연구소 공동연구팀이 2026년 Nature Communications에 발표한 이 논문은, 리튬 금속 표면에만 5M 농도의 고농도 전해질을 얇은 폴리머 막 안에 가두고, 나머지 벌크 전해질은 저렴하고 점도가 낮은 1M 수준으로 그대로 둔다. 이렇게 만든 “계면 고농도 전해질”(IHCE, interfacial high-concentration electrolyte)을 적용한 6.8Ah급 Li‖NCM811 파우치셀은 506 Wh/kg의 비에너지와 200사이클 75.8%의 용량 유지율을 기록했고, 리튬염 사용량과 비용은 기존 고농도 전해질(HCE) 대비 약 70% 줄었다.
고농도 전해질이 좋다는 건 알려져 있었다. 문제는 셀 전체를 고농도로 채우면 비용과 점도가 함께 올라간다는 점이었다. 이 논문은 “좋은 효과가 필요한 곳은 리튬 표면뿐”이라는 관찰에서 출발해, 그 표면에만 고농도층을 국소적으로 만들었다.
이 글은 논문 원문(Article 본문 13쪽)을 전체 통독하고 정리한 것이다. Battery Lab 시리즈의 다른 편과 마찬가지로 배경 개념은 본문에 풀어 쓰고, 분석기법 설명은 글 맨 끝 부록에 모아뒀다.
배경 — 고농도 전해질은 좋지만, 셀 전체를 진하게 만들 필요가 있을까
리튬메탈전지에서 전해질 농도는 SEI의 성질을 크게 좌우한다. 일반 농도 전해질(SCE, standard concentration electrolyte, 보통 약 1M)은 이온전도도가 높고 저렴해서 대부분의 상용 제품에 쓰이지만, 리튬이온 이동수(tLi+, 전체 전류 중 리튬이온이 실어나르는 비율)가 낮아 전극 표면 근처에서 리튬이온이 금방 고갈되는 농도분극이 심하다. 여기서 형성되는 SEI도 유기물 위주라 잘 부서지고 덴드라이트 성장을 부추긴다.
고농도 전해질(HCE, high-concentration electrolyte, 보통 3M 이상)은 이 문제를 상당 부분 해결한다. 염 농도가 높으면 음이온이 풍부한 용매화 구조가 만들어지고, 여기서 유래한 SEI는 무기물이 우세해 영률(단단함)이 높다. 단단한 SEI는 덴드라이트 성장을 억제해 셀 수명을 늘린다. 문제는 비용과 실용성이다. 리튬염 농도를 1M에서 4M로 올리면 염 사용량은 11%에서 33%로, 전해질 비용은 32%에서 65%로 뛴다. 게다가 점도가 높아지고 전극 젖음성(wettability)도 나빠진다.
이 딜레마를 절충하려고 나온 게 국소 고농도 전해질(LHCE, localized high-concentration electrolyte)이다. 고농도 전해질에 반응성이 낮은 희석제를 섞어 겉보기 점도와 비용을 낮추면서 HCE의 용매화 구조는 어느 정도 유지하는 방식이다. 다만 흔히 쓰는 희석제(고불소화 에테르, 불소화 오르토포름산염, 불소벤젠 등)는 대부분 독성이 있고 환경에 유해하며 가격도 비싸,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었다.
무엇을 다뤘나 — 벌크는 그대로 두고, 리튬 표면에만 5M 계면층을 코팅
연구팀의 접근은 “전해질 전체를 진하게 만들 필요가 있는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한다. 고농도 전해질의 이점이 실제로 발휘되는 곳은 리튬 전극 표면 근처뿐이다. 그렇다면 벌크는 저렴하고 이온전도도가 높은 저농도 상태로 두고, 표면에만 고농도층을 국소적으로 만들면 되지 않을까 — 이 아이디어를 구현한 것이 IHCE다.
그림 출처: Wu et al., Nature Communications 17, 3243 (2026), Fig. 1, DOI: 10.1038/s41467-025-65697-w, CC BY-NC-ND 4.0
IHCE 계면층은 PVDF-HFP(폴리불화비닐리덴-헥사플루오로프로필렌)와 CPEGDA(가교결합된 폴리에틸렌글리콜 디아크릴레이트)를 8:2 무게비로 섞은 폴리머 매트릭스에 LiTFSI를 50wt%(막 내부 국소농도 5M 상당) 채워 만든다. 두 폴리머는 서로 잘 섞이지 않는 성질(큰 플로리-허긴스 상호작용 파라미터)을 가져, 섞으면 자연스럽게 두 성분이 서로 얽힌 상분리 구조(bicontinuous phase)를 이룬다. 이 용액을 닥터블레이드 코팅법으로 구리 또는 리튬 호일 위에 얇게(약 2.0μm) 발라 말리면 IHCE 막이 된다.
그림 출처: Wu et al., Nature Communications 17, 3243 (2026), Fig. 2, DOI: 10.1038/s41467-025-65697-w, CC BY-NC-ND 4.0
이 논문은 실험 목적에 따라 두 가지 서로 다른 “SCE·HCE” 조합을 쓴다는 점을 짚어둘 필요가 있다. 리튬 증착 메커니즘을 살펴보는 반쪽셀 실험(Li‖Cu, Li‖Li)에서는 에테르 기반 전해질을 쓴다. SCE는 1M LiFSI/DME, HCE는 4M LiFSI/DME다. 반면 NCM811을 쓰는 완전셀·파우치셀 실험에서는 고전압에 맞춰 카보네이트 기반 전해질을 쓴다. 여기서 SCE는 0.6M LiDFOB + 0.4M LiBF4를 FEC:DEC(1:2)에 녹인 것이고, HCE는 같은 용매에 염 농도만 3M LiDFOB + 2M LiBF4로 올린 것이다. IHCE 계면층 자체(폴리머+LiTFSI)는 두 경우 모두 동일하지만, 그 위에 채워지는 벌크 전해질의 정체는 실험마다 다르다.
왜 되는가 — 서브나노미터 기공이 소금을 가둔다
IHCE 막이 표면에 고농도 상태를 유지하려면, 채워 넣은 LiTFSI가 시간이 지나도 벌크 쪽으로 새어나가지 않아야 한다. 연구팀은 IHCE 막을 DME 용매에 50일간 담가두고 흡광도로 녹아나온 LiTFSI 농도를 추적했다. 초기 5M이던 막 내부 농도는 50일 후 3.53M로 줄었지만, 2일째부터 50일째까지 하루 용출률은 0.88% 미만에 그쳤다 — 대부분의 염이 막 안에 남아있다는 뜻이다.
분자동역학(MD) 시뮬레이션으로 이 염 보유 메커니즘을 들여다보면, 핵심은 물리적 구속이다. 폴리머 네트워크의 기공 크기 분포를 계산한 결과 대부분의 기공이 2.5Å 이하로, TFSI⁻ 음이온이 용매와 함께 움직이는 데 필요한 크기보다 훨씬 작았다. 실제로 측정한 TFSI⁻의 확산계수도 IHCE 안에서는 0.04×10⁻² Ų/ps로, 벌크 SCE(2.47×10⁻² Ų/ps) 대비 약 98.4% 줄어들었다. 밀도범함수이론(DFT) 계산은 보조 메커니즘도 확인해준다 — TFSI⁻는 DME보다 PVDF-HFP(-15.03 kcal/mol), CPEGDA(-10.22 kcal/mol)와 더 강하게 결합하며, DME가 매개하는 삼원 복합체는 결합에너지가 더 커진다(-19.26, -22.60 kcal/mol). 즉 폴리머 사슬 자체가 음이온을 붙잡아두는 닻 역할을 한다. 이 결합은 FTIR의 C-F 신축진동 밴드 이동과 ¹H NMR의 화학적 이동으로도 뒷받침됐다.
두 메커니즘 중 무엇이 지배적인지 가리기 위해, 수소결합·이온-쌍극자 상호작용은 있지만 서브나노미터 구속 구조가 없는 대조군 폴리머로 같은 실험을 반복하자 염이 빠르게 빠져나갔다. 물리적 구속이 없으면 화학적 결합력만으로는 염을 오래 붙잡아두지 못한다는 뜻이다. 온도를 25°C에서 40°C로 올려도 염 보유율은 거의 변하지 않아, 이 구속 메커니즘이 일상적인 온도 변화에 둔감하다는 것도 확인했다.
그림 출처: Wu et al., Nature Communications 17, 3243 (2026), Fig. 3, DOI: 10.1038/s41467-025-65697-w, CC BY-NC-ND 4.0
라만 분광으로 본 TFSI⁻의 해리 상태도 이 그림과 맞아떨어진다. IHCE(5M)는 벌크 SCE(1M)보다 접촉이온쌍(CIP)과 이온응집체(AGG)의 비율이 높았다. 그 결과 리튬이온 이동수(tLi+)는 IHCE 0.57로, HCE(0.42)·SCE(0.33)보다 뚜렷하게 높았다. 동시에 IHCE 계면층 자체의 이온전도도는 1.12×10⁻³ S/cm로, 일반적인 인공 보호막(보통 10⁻⁵–10⁻⁴ S/cm 수준)보다 한 자릿수 이상 높았다. 이온을 잘 나르면서도 음이온을 잘 붙잡아두는, 서로 상충하기 쉬운 두 성질을 동시에 만족시킨 셈이다.
결과가 보여주는 것 — 매끈한 리튬 형상과 층상 구조 SEI
4mA/cm²의 높은 전류밀도로 리튬을 증착했을 때, SCE에서는 성기고 다공질인 막대 모양 구조가 두께 8.3μm로 자랐고 50사이클 후에는 13.9μm까지 부풀었다(67.5% 증가). HCE에서는 더 규칙적인 입자가 자랐지만 두께는 5.5μm에서 8.9μm로 늘었다(61.8% 증가). IHCE로 코팅한 구리 위에서는 매끈한 비늘 모양의 리튬이 두께 5.1μm로 증착됐는데, 이는 같은 증착량(1mAh/cm²)의 이론적 두께(5μm)에 가까운 값이다. 50사이클 후에도 6.7μm로 소폭 늘어나는 데 그쳐 치밀한 형상을 유지했다. 전류밀도를 1mA/cm²로 낮춰도 같은 경향이 반복됐다 — SCE는 7.8→13.2μm(69.2% 증가), HCE는 5.4→7.9μm(46.3% 증가), IHCE는 5.1→5.9μm(15.7% 증가)에 그쳤다.
유한요소법(FEM) 시뮬레이션은 이 차이의 원인을 보여준다. 리튬이 빠르게 증착될 때 전극 표면 근처의 음이온 농도가 급격히 떨어지면 공간전하가 형성되고, 이 전기장이 덴드라이트 성장을 유도한다(“space-charge model”). 맨 구리 전극(SCE)에서는 리튬이온 농도가 100초 안에 거의 0에 가깝게 떨어지고 전기장도 불균일해졌지만, IHCE 계면층이 있는 전극에서는 리튬이온 농도가 높고 균일하게 유지됐고 전기장도 낮고 고른 상태를 유지했다.
저온투과전자현미경(Cryo-TEM)으로 관찰한 SEI 구조는 층상형이었다. 바깥쪽은 두께 약 4nm의 비정질 유기물층, 안쪽은 약 3nm의 유기·무기 복합층이며, 안쪽 층에는 결정질 LiF가 격자 간격 2.00Å((200) 결정면)의 모자이크 형태로 박혀 있었다. 비행시간형 이차이온질량분석(TOF-SIMS) 깊이 프로파일도 이 구조와 일치했다 — 표면에 가까울수록 유기물 신호(C2H3O⁻)가 강했고, 스퍼터링이 진행되며 안쪽으로 갈수록 LiF 신호(LiF2⁻)가 강해졌다.
그림 출처: Wu et al., Nature Communications 17, 3243 (2026), Fig. 4, DOI: 10.1038/s41467-025-65697-w, CC BY-NC-ND 4.0
빠른 리튬이온 이동 — 낮은 과전압과 활성화에너지
Li‖Li 대칭셀로 잰 과전압은 IHCE가 1·4·6mA/cm²에서 각각 27.0, 57.1, 69.2mV로, 같은 조건 HCE(64.2, 133.4, 153.8mV)보다 뚜렷하게 낮았다. 4mA/cm²의 높은 전류밀도에서 IHCE는 300시간 동안 43mV의 안정된 과전압을 유지했지만, HCE와 SCE는 20시간 만에 과전압이 200mV를 넘어섰다. Li‖Cu 비대칭셀에서는 쿨롱효율 98.3%, 수명 370사이클을 기록했다.
타펠(Tafel) 플롯으로 잰 교환전류밀도는 IHCE(0.84mA/cm²)가 HCE(0.49mA/cm²)의 거의 2배, SCE(0.30mA/cm²)의 3배에 달했다. 계면에서 리튬이 도금·탈리되는 반응 자체의 속도가 IHCE에서 훨씬 빠르다는 뜻이다. 온도를 바꿔가며 잰 임피던스로 아레니우스 관계식을 적용해 구한 SEI 통과 활성화에너지(Ea)도 IHCE가 54.3 kJ/mol로, SCE(58.9 kJ/mol)·HCE(80.6 kJ/mol)보다 낮았다. 종합하면 IHCE의 빠른 리튬이온 이동은 세 요인이 겹친 결과다. 벌크 SCE의 높은 이온전도도와 낮은 점도, IHCE 계면층이 공급하는 안정적인 고농도 리튬이온, 그리고 IHCE 유래 SEI 자체의 낮은 이온 통과 장벽, 이 세 가지다.
그림 출처: Wu et al., Nature Communications 17, 3243 (2026), Fig. 5, DOI: 10.1038/s41467-025-65697-w, CC BY-NC-ND 4.0
대표 결과 — 6.8Ah 파우치셀에서 506 Wh/kg, 리튬염 사용량은 70% 줄었다
얇은 리튬(50μm)과 고로딩 NCM811(22mg/cm²)을 쓴 코인형 완전셀에서, IHCE@Li‖NCM811(벌크는 SCE)은 328사이클 동안 80%의 용량을 유지했고 쿨롱효율은 99.84%였다. 반면 코팅하지 않은 맨 리튬을 SCE나 HCE에 넣은 대조군은 50사이클 만에 용량이 빠르게 떨어지고 전압 분극도 심해졌다. 2C의 빠른 속도로 방전했을 때도 IHCE는 164mAh/g을 냈는데, 이는 HCE의 맨 리튬(158mAh/g)보다 높고 SCE의 맨 리튬(72mAh/g)보다는 훨씬 높은 값이다.
산업 수준의 파우치셀 실증에서는 N/P비 1.51, 리튬 두께 100μm, NCM811 로딩 30mg/cm²(면용량 약 6.8mAh/cm²), 전해질/용량비(E/C) 약 1.29 g/Ah의 조건을 썼다. 0.1C로 활성화했을 때 초기 방전용량은 6.8Ah, 비에너지는 506 Wh/kg이었다. 이 파우치셀은 0.5C 방전으로 200사이클을 돈 뒤에도 75.8%의 용량을 유지했다. 셀 구성 무게비를 보면 양극이 65%로 가장 크고, 전해질 17%, 리튬 7%, 알루미늄박 3%, 분리막 3%, 패키징·탭 5% 순이었다.
그림 출처: Wu et al., Nature Communications 17, 3243 (2026), Fig. 6, DOI: 10.1038/s41467-025-65697-w, CC BY-NC-ND 4.0
비용 측면도 이 논문이 강조하는 지점이다. 같은 E/C비(1.29 g/Ah) 기준으로 계산했을 때, IHCE는 HCE 대비 리튬염 사용량과 관련 비용을 약 70% 줄였고, 전해질 총비용은 약 23% 낮췄다. 벌크를 저농도로 유지하면서 표면에만 필요한 만큼의 고농도층을 쓴 설계가 그대로 비용 절감으로 이어진 결과다.
고찰 — 이 논문이 안 보여준 것
이 논문은 서브나노미터 구속이라는 메커니즘을 분자동역학·DFT·분광학으로 다각도로 검증하고, 반쪽셀 → 코인 완전셀 → 산업규격 파우치셀까지 단계적으로 스케일을 올리며 일관된 결론을 확인한다는 점에서 구성이 탄탄하다.
다만 몇 가지는 짚어둘 만하다. 첫째, 앞서 설명했듯 이 논문은 메커니즘 규명(Fig. 1–5)에 에테르 기반 SCE·HCE(1M·4M LiFSI/DME)를 쓰고, 506 Wh/kg 대표 결과가 나온 파우치셀(Fig. 6)에는 카보네이트 기반 SCE·HCE(0.6M LiDFOB+0.4M LiBF4 대 3M LiDFOB+2M LiBF4)를 쓴다. IHCE 계면층 자체는 두 경우에 동일하지만, tLi+ 0.57이나 Ea 54.3 kJ/mol 같은 핵심 메커니즘 수치는 파우치셀에 실제로 쓰인 카보네이트 전해질 조합이 아니라 에테르 기반 반쪽셀에서 나온 값이다. 두 전해질 화학이 다른 만큼, 파우치셀에서도 정확히 같은 크기의 개선이 일어났는지는 이 논문만으로는 확인할 수 없다. 둘째, 200사이클·75.8% 용량 유지가 500Wh/kg급 리튬메탈 파우치셀의 장기 안정성 기준을 충분히 만족하는지는 이 논문 하나만으로는 판단하기 어렵다. 셋째, 파우치셀 실증은 6.8Ah 셀 하나(또는 소수 반복)에서 나온 결과이며, 빠른 충전이나 저온처럼 다른 산업 조건에서의 성능은 다루지 않는다. 넷째, IHCE 코팅은 드라이룸에서 닥터블레이드로 이뤄지는데, 이 공정을 대량생산 라인의 롤투롤 코팅으로 옮겼을 때도 같은 막 품질(두께 균일성, 상분리 구조)이 재현되는지는 논문 범위 밖이다.
My Take
이 논문은 “전해질 농도”라는 스칼라 값 하나를 바꾸는 대신, 농도를 공간적으로 어떻게 배치할지를 설계 변수로 삼았다. 이 지점이 이 논문에서 가장 눈에 띈다. 고농도 전해질의 이점(단단한 SEI, 낮은 농도분극)과 저농도 전해질의 이점(높은 이온전도도, 낮은 비용)은 원래 같은 셀 안에서 동시에 얻기 어려운 트레이드오프 관계였는데, 이 논문은 “이점이 필요한 위치”와 “이점이 필요 없는 위치”를 물리적으로 분리해 트레이드오프 자체를 깨뜨렸다.
이 시리즈의 다른 전해질 논문들(1·2·4편)이 분자 하나하나의 화학적 성질을 바꿔 문제를 풀었다면, 이 논문은 그 분자들을 “어디에 배치할 것인가”라는 상위 레벨의 구조 설계로 문제를 풀었다는 점에서 결이 다르다. 서브나노미터 기공으로 이온을 물리적으로 가둔다는 메커니즘도, 화학적 상호작용보다 물리적 구속이 지배적이라는 걸 대조군 실험으로 직접 반증한 방식이 설득력 있었다. 다만 비용 절감 수치(70%)와 실제 파우치셀 성능(506 Wh/kg, 200사이클)이 서로 다른 전해질 조합에서 나왔다는 점은, 이 기술이 실제 상용 조건에서 얼마나 재현될지 판단할 때 염두에 둘 부분이다.
Battery Lab 시리즈는 이어서 vault에 원문 PDF가 확보된 나머지 논문을 계속 리뷰한다.
부록 — 이 글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배경지식과 용어
이 시리즈 1–6편에서 이미 설명한 SEI·CEI·쿨롱효율·N/P비·E/C비·XPS·SEM·AFM·EIS·COMSOL·아레니우스 관계식·버틀러-볼머 방정식 같은 개념은 이번 편에서 다시 설명하지 않는다. 이번 논문에서 새로 등장한 개념 위주로 정리했다.
1. 이 논문의 핵심 개념
- 계면 고농도 전해질(IHCE, interfacial high-concentration electrolyte): 전해질 전체를 고농도로 만드는 대신, 리튬 전극 표면에만 얇은 고농도 폴리머층을 코팅하고 나머지 벌크 전해질은 저농도로 유지하는 설계. 고농도 전해질의 SEI 안정화 효과와 저농도 전해질의 높은 이온전도도·낮은 비용을 동시에 얻는 게 목표다.
- 상분리(phase separation)와 플로리-허긴스 상호작용 파라미터(Flory-Huggins interaction parameter, χ): 두 폴리머(또는 폴리머와 용매)가 서로 얼마나 섞이기 어려운지를 나타내는 값. 이 값이 크면 두 성분이 완전히 섞이지 않고 각자의 영역(도메인)으로 나뉘는 상분리 구조를 이루는데, 이 논문에서는 PVDF-HFP와 CPEGDA가 서로 얽힌 두 연속 영역을 이루는 구조(bicontinuous phase)를 만드는 데 이 성질을 활용했다.
- 서브나노미터 구속(sub-nanometer confinement): 폴리머 네트워크의 기공 크기가 이온(용매화된 음이온)의 크기보다 작아, 이온이 물리적으로 그 기공을 빠져나가지 못하게 가두는 효과. 이 논문에서는 이 물리적 구속이 화학적 결합(수소결합 등)보다 염을 붙잡아두는 데 더 지배적인 메커니즘임을 대조군 실험으로 확인했다.
- TFSI⁻ 해리 모드(SSIP/CIP/AGG): 전해질 안에서 리튬이온과 TFSI⁻ 음이온이 얼마나 가깝게 붙어 있는지에 따라 나누는 분류. 용매가 리튬이온과 음이온 사이에 끼어들어 둘을 떼어놓은 상태를 용매분리이온쌍(SSIP, solvent-separated ion pair), 리튬이온과 음이온이 직접 맞닿은 상태를 접촉이온쌍(CIP, contact ion pair), 여러 이온이 뭉쳐 더 큰 덩어리를 이룬 상태를 이온응집체(AGG, ion aggregate)라 부른다. CIP·AGG 비율이 높을수록 리튬이온 이동수가 높아지는 경향이 있다.
- 리튬이온 이동수(Li+ transference number, tLi+): 전해질 안에서 흐르는 전체 이온 전류 중 리튬이온이 실어나르는 비율. 이 값이 낮으면 음이온이 전류의 대부분을 나르면서 전극 표면 근처에 리튬이온이 부족해지는 농도분극이 심해진다. 이 논문에서는 IHCE 계면층이 이 값을 크게 높이는 핵심 지표로 쓰였다.
2. 이 논문에 쓰인 분석기법
- 분자동역학(MD) 시뮬레이션과 자유부피(FFV) 분석: 원자·분자 하나하나의 움직임을 물리 법칙에 따라 컴퓨터로 계산해, 폴리머 네트워크 안의 빈 공간(자유부피)이 얼마나 되고 그 기공이 어떤 크기로 분포하는지 추정하는 방법. 이 논문에서는 IHCE 폴리머 매트릭스의 기공 크기 분포를 계산해 서브나노미터 구속 효과를 정량적으로 뒷받침하는 데 썼다.
- 타펠 플롯(Tafel plot)과 교환전류밀도: 전극 반응의 전류와 과전압 사이의 관계를 로그 스케일로 그린 그래프로, 그 기울기와 절편에서 반응이 얼마나 빠르게 일어날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교환전류밀도를 구할 수 있다. 이 값이 클수록 같은 과전압에서 더 빠른 반응 속도(여기서는 리튬 도금·탈리 속도)를 낸다는 뜻이다.
- 저온투과전자현미경(Cryo-TEM): 시료를 액체질소 온도(약 -170°C) 부근까지 급속 냉각한 채로 관찰하는 투과전자현미경 기법. SEI처럼 전자빔에 약하거나 상온에서 쉽게 변형되는 얇은 반응 생성물의 나노구조를 손상 없이 관찰할 때 쓴다.
- 비행시간형 이차이온질량분석(TOF-SIMS): 시료 표면에 이온빔을 쏴 튕겨져 나오는 이차이온의 질량을 비행시간으로 측정해 성분을 분석하는 기법. 표면을 조금씩 깎아내며(스퍼터링) 반복 측정하면 깊이에 따른 성분 분포(깊이 프로파일)를 얻을 수 있어, 이 논문에서는 SEI의 층상 구조(바깥쪽 유기물, 안쪽 LiF)를 확인하는 데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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