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은 20% 줄고 영업이익은 적자전환했는데, 순이익은 흑자다
삼성SDI의 2025회계연도 매출은 13조 2,667억원으로 전년 대비 20.0% 줄었고, 영업손익은 -1조 7,224억원으로 전년(+3,633억원)에서 적자전환했다. 그런데 연결 당기순손익은 -5,849억원으로, 영업손실보다는 훨씬 양호하게 방어됐다. 그 격차를 만든 건 지분법이익 8,382억원, 중단영업이익 2,900억원(편광필름 사업 매각), 법인세 환급 4,892억원이다. “영업은 적자, 장부상 순손실은 그보다 작다”는 구조인데, 이 버퍼가 계속 작동한다는 보장은 없다. DART 3개년 공시로 이 회사의 실제 체력을 확인해봤다.
저점 통과 신호는 실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2026년 1분기 영업손실은 -1,55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적자폭이 64.2% 줄었고, 순이익은 561억원으로 흑자전환했다. 매출도 3조 5,76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6% 늘었다. 다만 이 회복의 배경에는 여전히 낮은 가동률(1분기 45%)이 깔려 있다. 가동률이 낮다는 건 감가상각비·인건비 같은 고정비가 매출에 제대로 흡수되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고, 회사는 미국 ESS 라인 전환(NCA 7GWh 가동 중, LFP 12GWh는 당초 4분기에서 9월로 조기 가동)을 통해 하반기 가동률을 65%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다만 이건 아직 확정된 실적이 아니라 회사가 제시한 목표치라는 점은 분명히 해둬야 한다.
2024년의 경고 신호 — 매출은 줄고 매출채권은 늘었다
이익의 질을 보려면 현금흐름과 대조해야 한다. 2024년 매출은 21조 4,368억원에서 16조 5,922억원으로 22.6% 급감했는데, 같은 기간 매출채권은 오히려 3조 4,029억원에서 4조 422억원으로 18.8% 늘었다. 매출은 줄어드는데 못 받은 돈이 늘어난 셈이다. 이 해 영업활동현금흐름(CFO)은 -1,376억원으로 당기순이익(+5,755억원)과 정반대 부호를 기록했다. 회계상 이익이 현금으로 전환되지 못했다는 뜻으로, 전형적인 이익의 질 저하 경보다.
다행히 2025년에는 매출채권이 3조 786억원으로 23.8% 줄며 정상화됐고, CFO도 +7,924억원으로 회복됐다. 2024년의 이상 신호가 지속적 패턴이라기보다 일회성 채권 회수 지연으로 보이지만, 후속 분기의 매출채권 추이는 계속 지켜봐야 할 지표다. 잉여현금흐름(FCF)은 2023년 -1조 9,447억원, 2024년 -6조 4,089억원, 2025년 -2조 2,745억원으로 3년 연속 큰 폭 마이너스인데, 이는 미국 합작공장 투자에 따른 것으로 성장통의 성격이 짙다.
EV에서는 밀려나고, ESS로 옮겨타는 중
삼성SDI가 속한 산업은 두 얼굴을 갖고 있다. EV향 배터리 수요는 둔화되는 반면, AI 데이터센터發 전력수요와 재생에너지 확산에 힘입은 ESS 수요는 본격 성장기에 접어들었다. 문제는 삼성SDI의 EV 배터리 포지션이다. non-China 시장 점유율이 7.3%에서 4.3%로 급락하며 글로벌 톱10 밖으로 밀려났고(1분기 사용량 5.3GWh, 전년 동기 대비 27.7% 감소), CATL이 40.1% 점유율로 압도하는 가운데 한국 3사(LG엔솔·SK온·삼성SDI) 합산 점유율은 15.2%까지 줄었다. 특정 고객사(리비안 등 신생 완성차) 의존도가 높은 것도 약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 고객사 판매가 부진하면 그대로 전이되는 구조다.
반대로 이 회사만의 강점도 있다. 배터리(에너지솔루션) 부문이 1분기 영업손실 1,766억원을 낸 사이, 전자재료(반도체·OLED 소재) 부문은 매출 2,220억원에 영업이익 210억원(영업이익률 9.5%)을 냈다. 편광필름 사업을 매각(2024년, 1조 1,210억원)하고 반도체·OLED 소재로 재편한 이 부문이 배터리 적자를 부분적으로 상쇄하는 내부 헤지 역할을 하고 있다. CATL이나 LG에너지솔루션에는 없는, 삼성SDI만의 구조적 완충 장치이다.
재무구조 — 2년 만에 차입금이 두 배 됐다
미국 GM·스텔란티스 합작공장과 헝가리 증설에 CapEx를 쏟아부으면서, 최근 2년간 영업현금흐름 합계(약 6,540억원)를 훨씬 웃도는 CapEx(약 9.3조원)가 들어갔다. 이 부족분은 총차입금 증가(5.7조원→10.9조원)와 2025년 5월 1.6조원 규모 유상증자로 메웠다. 그 결과 유동비율은 89.2%로 100%를 밑돌고 있고, 이자보상배율(영업이익÷이자비용)은 영업손실 상태라 1배 미만이다. 자체 이익만으로는 이자도 감당하지 못하는 구간이라는 뜻이다.
더 눈에 띄는 건 유상증자에 대한 소액주주 반발로 같은 방식의 추가 자금조달이 어려워졌다는 점이다. 대안으로 검토되는 게 삼성디스플레이 지분 15.2%(평가액 약 9조–11조원) 매각인데, 이건 연 8,382억원에 달하는 지분법이익원을 스스로 포기해야 하는 트레이드오프다. 유동성은 확보하겠지만, 앞으로는 그 이익을 완충 장치으로 쓸 수 없게 된다.
미국 정책 리스크 — IRA 세액공제가 6년 앞당겨 끝난다
가장 치명적인 외부 변수는 미국이다. 전기차 세액공제(IRA 30D, 최대 7,500달러)의 종료 시한이 2032년에서 2026년 말로 6년이나 앞당겨졌고, 배터리 업체가 수혜를 입던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 45X 조항)도 단계적 폐지가 논의되고 있다. 이는 삼성SDI가 GM·스텔란티스와 함께 짓고 있는 미국 합작공장의 투자 경제성 자체를 흔들 수 있는 변수이며, 그만큼 ESS 전환 전략의 중요성을 더 부각시키는 요인이기도 하다.
지배구조 — 국민연금은 사고, 시장은 팔았다
최대주주 삼성전자(19.44%)는 유상증자에 참여해 지분율을 방어했고, 국민연금공단은 1년 새 6.87%에서 7.97%로 지분을 꾸준히 늘렸다. 국내 최대 기관투자자의 지속 매수는 긍정적 신호로 읽을 수 있지만, 주가 급락 구간에서의 저가 매수 성격도 배제할 수 없다. 실제로 시가총액은 2026년 7월 2일 39.0조원에서 7월 9일 33.3조원으로 단 5거래일 만에 약 6조원(▼14.6%)이 증발했다 — 차익실현과 2차전지 섹터 전반의 투자심리 위축이 겹친 결과로 보인다. 증권가 전망치가 이 정도로 크게 엇갈린다는 사실 자체가, 시장도 이 회사의 방향성에 확신을 갖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My Take
이번 분석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미국 ESS 전환의 실행 속도다. LFP 12GWh 라인을 당초 계획보다 앞당겨 9월에 가동하겠다는 점도, 1분기 영업손실이 전년 동기 대비 64.2%나 줄며 순이익이 흑자로 돌아섰다는 점도 “계획”이 아니라 숫자로 확인되기 시작한 변화다. 다만 이 회복이 정말 구조적인지, 아니면 낮은 가동률에서 시작된 기저효과인지는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가장 신경 쓰이는 지점은 두 가지다. 2024년 매출채권 급증과 현금흐름 역전이 겹친 조합은 명백한 경고 신호였고, 2025년에 정상화됐다고는 하지만 같은 패턴이 재발하는지는 계속 확인해야 한다. 그리고 유동비율이 100%를 밑도는 상태에서 유상증자마저 막혀 삼성디스플레이 지분까지 팔아야 하는 처지라는 건, 이 회사의 재무 유연성이 겉으로 보이는 것보다 빠듯하다는 뜻이다. 개인적으로는 2026년 3분기에 실제 분기 흑자가 숫자로 확인되는지도, 미국 정책이 실제로 어떻게 확정되는지도 이 회사의 다음 국면을 가르는 분수령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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