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이익 1,133억원, 그중 2,410억원은 미국 정부가 준 돈
LG에너지솔루션은 2026년 2분기 영업이익 1,133억원을 기록하며 흑자로 돌아섰다. 그런데 이 중 2,410억원이 미국 IRA(인플레이션감축법)의 45X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분이다. 이걸 빼면 실제로는 -1,277억원 적자다. 헤드라인은 “흑자전환”이라고 말하지만, 숫자를 한 겹만 벗겨보면 얘기가 완전히 달라진다. DART 공시 3개년 데이터로 이 회사의 진짜 성적표를 확인해봤다.
매출은 2년 연속 줄었는데 영업이익은 급증했다
2023–2025년 연결 매출액은 33.745조원 → 25.620조원 → 23.672조원으로 2년 연속 역성장했다. 그런데 영업이익은 2025년 1.35조원으로 전년 대비 133.95% 급증했다(추정: 2023–2024년에는 영업이익이 감소했다가 2025년에 반등한 흐름). 매출이 줄어드는데 이익이 급증한다는 건 뭔가 구조가 바뀌었다는 신호이고, 실제로 그 구조는 미국 정책 보조금이었다.
지배주주 귀속 당기순이익을 보면 이 착시가 더 뚜렷해진다. 2023년 1.237조원 흑자에서 2024년 -1.019조원, 2025년 -1.073조원으로 2년 연속 적자다. 연결 전체로는 2025년 808억원 흑자였지만, 이 흑자의 상당 부분(약 1.15조원 차이)은 GM 합작법인(Ultium Cells) 등 비지배지분에 귀속된 몫이다. 지배주주 입장에서 보면 회사는 여전히 적자 상태다.
모회사 혼자서는 3년 연속 적자다
연결 기준 숫자 뒤에는 더 냉정한 사실이 있다. LG에너지솔루션 모회사(별도 기준) 영업손실은 2023–2025년 3년 연속(-0.32조/-2.31조/-1.28조원)이고, 결손금은 -1.05조원에서 -2.49조원까지 불어났다. 연결 실적을 밀어올리는 힘은 해외 합작법인과 미국 정부 세액공제이지, 회사 본체의 수익성 회복이 아니라는 뜻이다.
이익은 ‘가짜’가 아니다 — 문제는 ‘양과 방향’이다
여기서 짚어야 할 건 이 회사가 회계로 이익을 부풀리고 있느냐다. 답은 아니다. 영업활동현금흐름(CFO)은 2023–2025년 각각 4.444조원, 5.112조원, 4.432조원으로 연결 당기순이익(1.638조/0.339조/0.081조원)을 매년 크게 웃돌았다. 발생액 비율(당기순이익과 현금흐름의 괴리를 나타내는 지표, 추정)도 지속적으로 마이너스라, 회계적으로 이익을 부풀린 흔적은 없다.
문제는 다른 데 있다. 이 회사는 대규모 설비투자(CapEx)를 계속 벌이고 있는데, 3개년 CapEx 합계(33.2조원)가 CFO 합계(13.99조원)의 2.37배에 달한다. 그 차액은 전액 부채로 메웠고, 부채총계는 3년간 79.6%(21.06조원→37.83조원) 늘었다. 잉여현금흐름(FCF)은 3년 연속 마이너스(합계 약 -19.2조원)다. 듀퐁 분해로 봐도 자산회전율이 0.743배에서 0.353배로 절반 이하로 떨어지는 사이 재무레버리지는 2.25배에서 3.32배로 뛰었다 — 전형적으로 매출은 안 느는데 빚으로 자산만 불려, 리스크는 커지고 수익률은 나빠지는 패턴이다.
재고자산회전일수(재고가 팔리는 데 걸리는 평균 일수, 추정)도 68.4일 → 74.8일 → 81.7일로 3년 연속 늘어, 수요 둔화가 재고에 그대로 쌓이고 있음을 보여준다.
산업 내 위치 — 2위지만 격차는 벌어지는 중
LG에너지솔루션은 2026년 상반기 기준 판매량 95.1GWh로 글로벌 2위다. 1위 CATL(138.8GWh)과의 격차는 계속 벌어지고 있고, 시가총액으로 보면 CATL(약 434조원)이 LG에너지솔루션(약 98조–104조원)의 4배가 넘는다. 매출원가율은 2025년 82.1%로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 원가 상승분을 판가에 온전히 전가하기 어려운 ‘Price Taker’에 가깝다.
이 회사의 해자는 완성차 업체(OEM)의 배터리 인증 사이클(통상 5–7년)에서 나오는 전환비용이다. 한번 채택되면 차량 플랫폼 생애주기 동안 공급사를 바꾸기 어렵다는 뜻인데, 문제는 이 인증 사이클이 곧 매출 변동성을 만드는 원인이기도 하다는 점이다. 완성차 판매가 둔화되면 배터리 주문도 함께 준다.
병목은 미국 공장, 리스크는 미국 정책
가장 큰 실행 리스크는 미국 신규 생산능력의 가동 지연이다. 애리조나 퀸크릭 단독공장(55억 달러 투자)은 공정률이 아직 약 33%에 그치고, 오하이오 Ultium Cells 합작공장은 일시해고했던 850명의 복직 일정이 불확실하다. 이 공장들이 정상 가동되면 46시리즈 원통형·ESS 수주 물량을 소화할 수 있지만, 지연되면 그만큼 매출 회복도 늦어진다.
더 근본적인 변수는 정책이다. 2026년 2분기 영업이익의 100%를 훨씬 넘는 금액이 미국 45X 세액공제에서 나왔다. 이 세액공제가 축소되거나 폐지되면 지금의 ‘흑자 전환’ 서사 자체가 사라진다는 뜻이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전기차·ESS 보조금 정책 조정 가능성이 반복적으로 거론되는 상황에서, 이 회사의 실적은 사실상 미국 정치 일정에 연동돼 있다.
지배구조 — 최대주주가 계속 지분을 팔고 있다
최대주주 LG화학의 지분율은 2025년 중 81.84%에서 79.38%로 줄었다. LG화학이 LG에너지솔루션 주식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교환사채(EB)를 발행·행사하며 벌어진 일이다. 경영권을 위협하는 수준은 아니지만, LG화학이 자체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지분을 지속적으로 유동화하고 있다는 신호이며, 향후 추가 매도 물량(오버행) 우려가 남아 있다. 2026년 상반기 잠정실적·유형자산처분결정 공시가 각각 2차례 정정된 점도, 중대한 문제는 아니지만 공시 프로세스의 완성도 측면에서 눈여겨볼 부분이다.
My Take
이 회사의 이익은 ‘가짜’가 아니라는 점은 분명히 짚고 싶다. 현금흐름이 당기순이익을 지속적으로 상회한다는 건 회계적 이익의 질 자체는 훼손되지 않았다는 뜻이다. 다만 그 이익의 상당 부분이 지배주주가 아닌 해외 합작법인 파트너와 미국 정부 세액공제에서 나오고 있어서, “회사가 좋아지고 있다”는 헤드라인과 “지배주주가 실제로 버는 돈”이 다른 이야기라는 게 이번 분석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지점이다.
개인적으로 가장 눈여겨보는 지표는 45X 세액공제를 뺀 ‘순수 영업이익’의 방향이다. 이게 2개 분기 연속 플러스로 돌아서고, 동시에 모회사 별도 기준 영업이익도 흑자 전환하는 걸 확인한다면 이 회사의 반등은 정책이 아니라 실력이라고 봐도 된다. 반대로 미국 정부가 45X 세액공제를 실제로 축소하는 순간, 지금 보고 있는 ‘흑자’라는 숫자는 다시 마이너스로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 46시리즈와 ESS 전환이라는 중장기 방향성 자체는 합리적이라고 보지만, 그 방향이 현실화되는 속도는 이 회사가 아니라 미국 의회와 백악관이 쥐고 있다는 점을 투자자든 관찰자든 놓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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