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적자 7.7조에서 영업이익 47.2조로, 그리고 45조원 유상증자
SK하이닉스의 연결 영업이익은 2023년 -7조7,000억원에서 2025년 47조2,000억원으로 반전했다. 영업이익률은 -23.6%에서 48.6%로, 3년 만에 완전히 다른 회사가 됐다. 그런데 이 회사는 실적이 최고조에 달한 2026년 6월, 사상 최고 수준의 주가(220만원대) 구간에서 45조4,5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와 나스닥 예탁증서(DR) 상장을 전격 발표했다. 압도적 수익성과 사상 최대 자본조달이 같은 시점에 일어나고 있는 이 회사를, DART 공시 3개년 데이터로 들여다봤다.
이번 사이클의 ‘가격 결정자’ — 숫자로 확인되는 격차
SK하이닉스의 반등을 이끈 건 HBM(고대역폭메모리)이다. 업계 리서치에 따르면 2026년 1분기 기준 HBM 시장에서 SK하이닉스는 58% 점유율로 1위를 지키고 있고(전년동기 69%에서는 하락), 차세대 HBM4에서는 약 70% 점유율이 전망된다(UBS).
이 지위는 재무제표에도 뚜렷하게 찍혀 있다. 매출원가율은 2023년 대비 2025년 39.6%까지 낮아졌고, 영업이익률은 48.6%로 메모리 3사 중 가장 높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의 영업이익률(13.1%)과 비교하면 3.7배 차이다. ROE도 44.1%로, 순이익률 개선(2023년 약 -27.9%→2025년 44.2%)이 거의 전적으로 견인했다는 점에서 이 역시 회계적 조정이 아닌 실질적 반전이다.
흥미로운 점은 채권 관리다. 2025년 매출채권 증가율(+39.8%)이 매출 증가율(+46.8%)보다 낮았고, 매출채권회수기간(DSO)도 73.5일→71.8일→68.4일로 오히려 개선됐다. 고성장기에는 채권 관리가 느슨해지기 쉬운데, SK하이닉스는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다 — 삼성전자의 DSO가 같은 기간 늘어난 것과 대조적이다.
45조원 유상증자 — 무엇을 위한 자금인가
2026년 6월 24일 공시된 유상증자는 국내 자본시장 기준으로도 최대급 규모다. 조달 자금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1단계 웨이퍼 팹, 청주 P&T7 첨단 패키징 공장, EUV 노광장비 등에 투입될 예정이며, 발행되는 예탁증서(DR)는 2026년 7월 10일 나스닥에서 거래를 시작한다. 국내 시가총액 상위 기업이 나스닥에 직접 상장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CapEx 추이를 보면 이 결정의 맥락이 보인다. SK하이닉스의 설비투자는 2023년 8조3,000억원에서 2025년 27조5,000억원으로 3배 이상 늘었다. 배당성향은 4.9%(2025년)로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잉여현금 대부분이 배당보다는 재투자에 쓰이고 있다는 뜻이다. 이번 유상증자는 이 재투자 우선 전략의 연장선에 있다.
동시에 이 타이밍 자체가 시장에 던지는 신호도 함께 봐야 한다. 주가가 사상 최고 수준에 있을 때 대규모 신주를 발행하는 것은 자본조달 관점에서는 합리적 선택이지만, 일부 투자자에게는 다른 해석의 여지를 남기기도 한다.
반복되는 안전 이슈 — 밸류에이션에 아직 반영 안 된 변수
2026년 6월에는 실적·자본조달 뉴스와 별개로 두 건의 안전 관련 이슈도 있었다. 6월 1일 청주 4캠퍼스에서 화재가 발생해 소량의 불산 누출이 동반됐고(주가는 당일 4%대 하락), 6월 25일에는 산업재해 요양 중이던 직원이 사망해 중대재해 해당 여부에 대한 조사가 진행 중이다.
두 사안 모두 아직 조사가 진행형이라 최종 결론을 단정하기는 이르다. 다만 반복되는 안전 이슈는 향후 ESG 평가나 대형 고객사(엔비디아 등)의 공급망 리스크 평가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변수이며, 현재 밸류에이션 논의에서는 상대적으로 덜 주목받고 있는 부분이라고 판단한다.
밸류에이션 — 프리미엄과 할인 사이
SK하이닉스는 PBR 3.0배, EV/EBITDA 10.1배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2026년 7월 기준). 삼성전자(PBR 2.3배)보다는 높은 평가를 받지만, 마이크론·키옥시아 평균(PBR 6.2배)에는 여전히 못 미친다. Forward PER은 자료에 따라 3.9–5.6배로 편차가 있는데, 이는 HBM 슈퍼사이클을 반영한 컨센서스 이익 추정치 자체가 기관마다 크게 갈리기 때문으로 보인다(추정, 미검증 편차 구간).
My Take
SK하이닉스의 반전은 숫자로 검증 가능한 진짜 반전이라고 본다. CFO가 NI를 지속적으로 상회하고, 매출채권 증가율이 오히려 매출 증가율보다 낮다는 점은 통상적인 고성장기 기업에서 보기 드문 재무 규율이다.
다만 나는 45조원 유상증자의 타이밍을 단순히 “공격적 투자”로만 읽지는 않는다. 사상 최고가 구간에서의 대규모 신주 발행은 교과서적으로는 합리적 자본조달이지만, 동시에 시장이 이를 어떻게 해석할지는 지켜볼 필요가 있는 변수라고 생각한다. 여기에 반복되는 화재·중대재해 조사까지 겹치면서, 이 회사의 다음 분기는 실적 자체보다 이 비재무적 변수들이 더 큰 관심사가 될 수 있다고 본다.
만약 HBM4 매출 비중이 예상보다 빠르게 늘고 안전 이슈가 조사 종결로 일단락된다면 지금의 상대적 저평가는 좁혀질 여지가 있고, 반대로 삼성전자의 HBM4 추격이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된다면 지금의 프리미엄이 다시 조정받을 수도 있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