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은 59.5%를 달성했는데, 시장은 아직 0%다
한화 에어로스페이스가 2024년 80MW급 가스터빈에서 59.5% 수소혼소 실증에 세계 최초로 성공했다. 기술 준비도만 보면 국내 LNG 발전의 수소 전환은 실현 가능해 보인다. 그런데 2026년 현재 실제 상용화된 수소혼소 발전소는 거의 없다. CHPS(청정수소발전의무화) 1차 입찰에서 SK E&S가 가격 상한을 초과해 탈락한 것이 그 상징적 사건이다. 정부가 제도를 만들었지만, 제도가 현실 경제를 반영하지 못한 결과다.
4개 레이어의 실행가능성 — 무엇이 병목인가
수소혼소 전환 실행가능성은 기술·경제·공급망·규제 4개 레이어로 분해된다.
| 레이어 | 현 상태 | 병목 충족 시점(추정) |
|---|---|---|
| 기술 | 50% 혼소 실증 완료, 100% 개발 중 | 2028년(추정) |
| 경제성 | 그린수소 기준 비경제적, 블루수소는 경계선 | 2030~2035년(추정) |
| 공급망 | 청정수소 수입 터미널 부재 | 2030년 이후(추정) |
| 규제·정책 | HPS 설계 미확정, CHPS 1차 입찰 실패 | 2027년 목표(추정) |
가장 빠른 병목은 기술이고, 가장 늦게 풀리는 병목은 공급망이다. 전환 속도는 가장 느린 레이어가 결정한다.
단위 경제학 — 수소혼소 비율별 원가 해부
CCGT 500MW급 기준, 혼소 비율별 발전 원가를 비교한다.
현재 LNG 100% 발전 원가:
- 연료비: 80~110원/kWh
- 고정비 + O&M: 15~25원/kWh
- ETS 탄소비용: 5~10원/kWh
- 합계: 100
145원/kWh (SMP 110130원/kWh와 타이트한 마진)
수소 30% 혼소 (현재 가장 현실적인 시나리오):
- 그린수소 6,000원/kg 기준: 연료비 130
160원/kWh(+4050%, 추정) → 현재 조건에서 비경제적 - 블루수소 4,000원/kg 기준: 연료비 105
130원/kWh(+520%, 추정) → 경계선 수준
수소혼소 전환의 경제적 임계점은 ‘수소 3,000원/kg + HPS 보조금 kWh당 20원’ 두 조건의 동시 충족이다. 현재 두 조건 모두 충족되지 않았다.
CAPEX 부담: 50% 혼소 개조에는 GW급 발전소 기준 약 1,500~3,000억원(추정)의 설비 투자가 필요하다. HPS 보조금 없이는 투자 회수가 30년 이상(추정) 소요될 수 있어 사업성이 성립하지 않는다.
NOx — 기술적으로 풀 수 있지만 비용이 따른다
수소 연소의 가장 큰 기술적 과제는 NOx(질소산화물) 급증이다. 수소의 화염 온도가 LNG보다 높아 30% 혼소에서 NOx가 30~50%(추정) 증가하는데, 2025년부터 국내 규제는 20ppm 이하를 요구한다.
해결 경로는 존재한다. 희박예혼합 연소기(Lean Premix) + SCR(선택적 촉매환원) 후처리 조합으로 규제 충족이 가능하다는 것이 한화의 H-40 실증에서 확인됐다. 다만 이 추가 기술 비용이 kWh당 약 3~5원(추정)의 원가 부담을 더한다.
CHPS 제도 실패가 드러낸 것
2026년 5월, SK E&S가 CHPS 1차 입찰에서 탈락했다. 전력거래소가 설정한 가격 상한을 SK E&S의 입찰가가 초과했기 때문이다. 국내산 수소만 허용하는 조항도, 공급 가능한 청정수소가 사실상 없는 현 시점에서는 진입 자체를 막는 구조였다.
이 사건이 시사하는 것은 두 가지다. 첫째, 정부가 제도를 만들었지만 경제 현실을 반영하지 못했다. 둘째, 민간이 기술 리스크를 먼저 지는 한국 모델에서 보조금 설계의 ‘확정성’이 핵심 변수다.
일본은 정부가 수소 CfD(차액정산계약)를 확정한 뒤 민간이 투자하는 순서인 반면, 한국은 민간 기술 선도 → 정부 설계 순서로 역순이다. 이 구조적 차이가 전환 속도를 결정하는 핵심 변수 중 하나다.
전략 포지셔닝 — 공급망과 기술을 동시에 가진 자가 유리하다
수소혼소 전환에서 경쟁 우위를 갖는 플레이어의 조건은 터빈 기술 + 수소 공급망의 동시 보유다.
| 플레이어 | 포지션 | 핵심 강점 | 핵심 리스크 |
|---|---|---|---|
| SK E&S | 블루수소 생산·발전 수직통합 | 보령 플랜트 25만톤/년(목표, 공식 발표) | CHPS 입찰 탈락, CCS 저장소 확보 필요 |
| 한화 에어로스페이스 | 터빈 기술 독점 수준 | 세계 최초 59.5% 실증, H-380(300MW) 개발 중 | 대형 터빈 개발 지연 시 해외 OEM에 잠식 가능성 |
| 발전5공기업 | 기술 협력 + 관망 | 계통 안정화 협상력 | 수소 공급망 없어 HPS 의무화 이후 비용 열위(추정) |
My Take
수소혼소 전환의 핵심을 한 문장으로: “기술 준비도는 A, 정책 준비도는 D다.”
한화의 59.5% 실증은 기술적으로 세계적 성과다. 그러나 내가 더 주목하는 것은 CHPS 1차 입찰 탈락이다. 이 사건은 단순한 가격 문제가 아니다. 정부가 보조금 수준을 현실 경제와 연동하지 않고 설계한 구조적 오류의 결과다.
영국·일본의 수소 발전 지원 구조를 보면 CfD 방식으로 최소 1520년간 kWh당 2030원(일반적으로 알려진 해외 사례 수준)의 프리미엄을 보장한다. 한국이 비슷한 수준의 제도를 갖추지 못하면, 기술 선도에도 불구하고 수소혼소 시장이 2030년 이전에 열리기 어려울 수 있다.
보조금 확정을 기다리는 기업은 협상 테이블에서 이미 늦을 수 있다. HPS/CHPS 제도 설계 과정에 능동적으로 참여해 계약 구조를 만들어가는 것이, 기술 개발과 병행해야 할 전략 과제다.